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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밸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이 거의 항상 하는 실수는 자기 시각으로만 밸류를 산정하고 시장의 시각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장 돈이 아쉬워서 투자를 받는 기업이 아니라면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겠다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렇게 훌륭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사례 중 상당수는 바로 이런 밸류에이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높은 밸류로 투자받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시장에서 보는 밸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이 생각하는 밸류만 고집하는 기업의 CEO는 오히려 투자자에게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입니다. 현실 감각은 CEO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데 말이죠.

시장에서 보는 밸류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이 투자자에게 밸류를 제안할 때 스스로 밸류를 계산해 먼저 계산해보고 제안한다면 훨씬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스스로 밸류를 계산해보는 과정에서 기업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하게 될 것이고 시장에서 보는 밸류를 알게 되면 어느 정도로 밸류를 제시하는 게 좋을지 현실감각도 가지게 되겠죠.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는 다음의 셋 중 하나의 방법으로 평가합니다. 회사의 회계 장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자산가치법), 회사가 미래에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을 근거로 평가하는 방법(수익가치법), 회사와 비교할 만한 기업 중 이미 상장된 기업의 가치와 비교하여 평가하는 방법(상대가치법)입니다. 자산가치법은 회계사들이 평가하는 방법으로 결산이 끝나면 장부에 남는 순자산가액이 바로 회사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투자유치의 경우에는 대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은 대부분 현재보다 미래에 고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인데 이 방법은 현재까지의 재무적 성과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수익가치법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추정실적)을 근거로 현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미래현금흐름할인법이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미래(대개 향후 3년에서 5년)의 매출과 이익이 중요합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입니다. 회계법인이 외부에서 기업 가치평가를 의뢰받았을 때 많이 쓰는 방법인데 이 방법의 맹점은 회사가 제시한 추정실적은 대부분 낙관적일 것이므로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논리를 아는 기업은 향후 추정 실적을 매우 낙관적으로 제시하려고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똑똑한 투자자는 미래의 실적을 받아보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게 함으로써 그 수치가 허황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고 합니다. 

상대가치법 또는 비교기업가치법은 VC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회사의 비교 기업(유사한 업을 하고 있는 기업 혹은 경쟁기업) 중 이미 상장된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들의 평균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률, 주가 대비 회사 이익의 비율)에 해당 회사의 이익을 곱하여 밸류를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코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PER가 대략 10 정도이므로 해당 회사의 이익이 10억원이라면 이 회사의 상장 기준 비교기업가치는 100억 원이 되고 비상장 discount 50%를 대게 적용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밸류는 50억 이 됩니다.  물론 산업분야별 PER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10억의 이익을 내더라도 업종 평균 PER가 100이라면 이 기업의 밸류는 1,000억이 될 수도 있고 업종 평균 PER가 5밖에 안 된다면 이 회사의 밸류는 50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업종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밸류는 비교기업으로 어떤 기업을 정하느냐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VC는 대개 3개의 비교기업을 설정하고 그 3개 기업의 평균 PER를 반영합니다. 

일반적으로 VC는 현재 시점에 투자하고 평균 3년 후에 엑싯(투자금 회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수익가치법과 상대가치법을 조합하여 밸류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투자 검토 과정에서 항상 추정 실적을 요구하고 상장된 비교기업이 어떤 회사들인지를 스터디합니다. 그런 이유로 투자를 최고의 밸류로 받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비교기업들의 가치평가가 좋을 때와 우리 회사의 추정 실적이 좋을 때를 골라서 투자를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비상장기업의 밸류는 팩트(fact) 20과 포텐셜(potential) 80으로 결정된다

결론적으로, 투자를 받고자 할 때 시장에서 보는 밸류를 계산해 본 후에 밸류를 제안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런데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은 아직 상장되지 않은 기업이므로 어떤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밸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상장기업의 밸류는 ‘고무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평가하기 나름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작용하는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떤 투자자를 만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 포텐셜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입니다. 밸류를 후하게 쳐주는 투자자가 있고 저평가하는 투자자도 당연히 있을 텐데 일부러 값을 후하게 쳐주는 투자자는 사실상 없을 테니 첫 번째 변수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즉, 거의 유일한 변수는 회사가 얼마나 고성장할 것인가 하는 성장 포텐셜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몇몇 스타급 스타트업이 매년 수백 억에서 수천 억 적자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수 천억에서 조 단위의 밸류를 평가받는 이유는 지금은 적자가 그렇게 크지만 현재 고성장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엄청난 매출과 이익이 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기업들이 고성장이라는 팩트(fact)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못할 겁니다. 즉,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기업이 엄청난 밸류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투자자는 없습니다. 그 밸류를 주장하는 명확한 팩트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은 그것이 매출 성장률일 수도 있고 어떤 기업은 트래픽 성장률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일반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하나 있는데 팩트를 다 보여준 기업은 오히려 밸류가 깍인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팩트를 다 보여준 기업이란 더 이상의 성장 포텐셜이 없는 기업을 말합니다. 현재 이 기업이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이후에도 발생시킬 수익이 빤히 예상되므로 현재 그 기업의 가치는 이미 최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므로 투자자에게 그런 기업은 매력이 없게 됩니다. 

경험적으로, 기업의 밸류는 팩트 20과 포텐셜 80으로 결정됩니다. 즉, 이 회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확한 수치가 있고 앞으로 그 성장률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기업 중 높은 밸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을 잘 생각해보면 금새 이해가 될 겁니다. 

정리해 보면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은 다음의 두 가지를 명심하면 됩니다.

1. 시장에서 보는 우리 회사의 밸류는 어느 정도일까.

2. 우리 회사의 팩트와 포텐셜은 어느 정도일까.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유치를 시작한다면 투자자에게 거절 당하거나 투자자가 제시하는 밸류와의 격차 때문에 실망하거나, 둘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높은 밸류로 투자받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서 투자유치를 가지고 자존심 경쟁을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얼마를 받았는지, 얼마의 밸류로 받았는지를 비교한다는 것인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웃음이 납니다. 그 투자라는 것이 사실은 모두 빚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받는 대부분의 투자는 만기가 3년인 RCPS(상환전환우선주)이고 3년이란 상환기한은 눈깜작할 사이에 다가옵니다. 

무조건 높은 밸류를 고집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항상 좋은 걸까요? 높은 밸류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운좋게 회사가 제시하는 밸류로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를 만나 투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투자금을 다 소진할 때가지 이렇다 할 실적을 못냈다면 다음 투자를 받을 때 자본시장의 반응은 냉정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당초의 밸류보다 낮은 밸류로라도 투자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 그럼 기존의 투자자는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를 안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VC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refixing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럼 그 때 가서 기존 투자자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꿈을 먹고 사는 곳이지만 자본시장은 냉정한 현실세계입니다. 따라서 높은 밸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실감각을 가지고 밸류를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보여줄 수 있는 팩트가 명확하고 심지어 향후 5년까지의 포텐셜도 거의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배팅을 해도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iammento/54
글쓴이 : 크립톤 대표 양경준 (https://www.facebook.com/iammento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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