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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요즘 워낙 많이, 워낙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만큼 혁신에 목마른, 혁신이 필요한 시대라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혁신의 정의 혹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혁신을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함’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정의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모든 영역에서 혁신이 가능하다.
둘째,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혁신의 효과(impact)는 크다.
셋째, 혁신이 본질까지 바꾸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본질에 더 접근하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루어진다. 

혁신은 모든 영역에서 

혁신은 어떤 분야든 예외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며, 대기업에서도 혁신이 가능하고, 비영리 단체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예 혁신을 위해 탄생한 조직도 있는데 스타트업(startup)이 한 예입니다. 스타트업의 통상적인 정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창업 초기기업’입니다. 바꿔 말하면 혁신적인 결과(output)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혁신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 집단은 소멸 또는 멸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하는 시대에서 혁신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입니다. 

개선 vs. 혁신

그렇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야 혁신이 될까요? 어디까지가 혁신(innovation)이고 어디까지가 개선(improvement)일까요? 

개선의 사전적 정의는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듦’ 입니다. 혁신과 개선 둘 다 현재보다 더 나아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리해야 할 것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혁신 또는 개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둘째, 혁신과 개선을 구분하는 기준점은 어디인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혁신과 개선 모두 좋은 것이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추상적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형이상학적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선되었다’ ‘혁신적이다’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먼저, 혁신 또는 개선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돈이 절약될 수도 있고, 시간이 절약될 수도 있으며, 생활이 더 편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절약되고 시간이 절약되며 더 편리해지는 게 왜 중요할까요? 그것이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돈을 절약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절약해주겠다고 하면 좋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편리함을 바라지 않는 사람에게 편리함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혁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돈을 절약하고 싶은 사람에게 돈을 절약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혁신이거나 개선입니다. 그러므로 혁신 또는 개선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욕구(needs)의 충족’입니다. 충족되고자 하는 욕구는 대상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는데 그 모든 걸 ‘밸류(value)’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욕구 충족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얻는 것이 바로 밸류입니다. 혁신 또는 개선의 결과로 우리는 밸류를 얻습니다. 

기준점

그럼 이제는 혁신과 개선을 구분짓는 기준점을 잡아볼 차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하급수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제시한 것처럼 인류는 존재 이래 기하급수적으로 진보해왔으며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기하급수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 즉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혁신의 기준점은 기하급수적인 결과(밸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기하급수(幾何級數)는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등비급수(等比級數)의 다른 말로 바로 앞의 값과 다음의 값이 일정한 비율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2, 4, 8, 16, 32… 의 숫자 배열이 기하급수입니다. 이 경우 다음 값과 앞의 값이 비율이 2입니다. 즉, 한 단계 나아갈 때마다 값이 두 배씩 증가합니다. 기하급수의 가장 대중적인 사례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입니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경험적인 관찰을 근거로 1965년에 발표한 이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케이스에서는 매 단계마다 3배씩 증가할 수도 있고 10배씩 증가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경우를 단순화시켜 매 단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사례를 기하급수의 최소값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즉, 한 단위의 노력을 추가할 때마다 창출되는 밸류가 최소한 2배는 증가해야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우리에게 익숙한 퍼센트(%) 개념으로 바꾸면 매 단계마다 100% 증가하는 게 됩니다. 즉, 고객에게 기존 대비 2배 이상(100% 이상)의 밸류를 줄 수 있어야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만 원을 쓰더라도 고객이 전에 받던 2배 이상의 밸류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같은 밸류를 과거 대비 절반 이하의 돈으로 얻게 해주어야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하급수와 대비되는 개념은 산술급수(算術級數)입니다. 산술급수는 앞의 사례와 같은 초기값을 사용했을 때 2, 4, 6, 8, 10… 같은 숫자 배열이 만들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앞 숫자와 다음 숫자의 차이가 일정하기 때문에 이를 증가율로 환산해보면 증가율이 0으로 수렴해간다는 것입니다. 

산술급수적인 조직 vs. 기하급수적인 조직

산술급수와 기하급수를 두 개의 그래프로 비교해보면 사실 주어지는 밸류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일관성(consistency)입니다. 고객에게 한 번, 두 번 높은 밸류를 주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은 밸류를 주어야만 기하급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기하급수 엔진을 가진 조직을 만들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혁신을 이루려면 그 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먼저이고 그 조직이 있어야만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혁신을 좀 더 직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해보면, 혁신이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조직을 통해 고객에게 2배 이상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두가지 기준을 가지고 기업을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첫째, 이 팀은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인가(또는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냈는가).
둘째, 이 팀이 창출하는(창출하고자 하는) 밸류는 기존에 고객이 누리던 밸류의 100% 이상인가. 

혁신은 본질에 다가간다

그렇다면 혁신이 일어나는 또는 혁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뭘까요? 시대가 변하면서 인간의 욕구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매슬로우(A. W. Maslow)가 정리한대로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다섯가지의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각각의 카테고리 안에서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욕구 충족의 도구가 달라질 뿐입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은 존경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디자인이 잘 된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 이후의 인간은 과거에는 쓰레기로 취급받던 소재로 만든 리사이클링 제품을 통해 자신의 명예 욕구를 채우고 있습니다. 즉, 변하지 않는 고객의 욕구(가치)에 집중해 소재를 변경하는 방법을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창업가 혹은 스타트업이라면 두 가지를 점검해봅시다. 나는(우리 조직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리고 내가(우리가) 일으키고자 하는 혁신은 고객이 기존에 받고 있던 밸류의 100% 이상인가. 이 두 가지에 ‘Yes’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혁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iammento/77
글쓴이 : 크립톤 대표 양경준 (https://www.facebook.com/iammento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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